
항상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고,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는 혼란함이 사회를 흐리고 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법전 제 1조라고 한다. 조사 하나에도 의미가 달라진다. 한국'이'가 아니라 한국'은'이다. 명료한 표현 같지만 한국어는 명료한 언어가 아니다. 미국 법전을 가져온 것이 한국의 그것인데, 미국에서는 ~이다라는 뜻으로 'Shall be'가 쓰였다. 한국은 민주주의국가를 '지향한다'라고 쓰는 것이 더 원문에 옳은 해석일 수도 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의견인가. 한국은 민주주의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인가, 한국은 민주주의국가인 것인가. 지금은 둘 다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 민주주의국가도 아니고, 민주주의국가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내가 소위 말하는 '빨갱이'의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나는 아직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한다. 한참 더 배우고 알아가야 한다.
수많은 말 안에서 내가 꺼내놓는 말에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김훈 작가는 자신이 종이로 내놓는 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수한 언어 속에서 자신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말을 내놓기 때문에, 자신의 언어는 한 줌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평생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글쓰기란 어렵다는 뜻이리라. 책상, 종이, 연필, 지우개. 이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묵묵히 언어를 전개하는 인고의 시간. 건조하지만 그만큼 응축되어 있는 언어 속에 김 훈 작가의 사실과 의견이 교차한다.
작가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이 아니라, 망원경과 자전거라고 한다. 망원경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망원경의 쓰임새와 망원경으로 보는 세상에 대해 말하지만 나는 그것을 자전거로 받아들인다. 망원경이나 자전거나, 자신이 추구하는 것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인 것만은 같다. 김 훈 작가의 망원경 이야기는 나에게는 자전거 이야기이다. 자전거 이야기를 하셨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올바름이란 무엇인가. 자전거 여행 내내 그 생각을 했었다. 모국어의 올바름, 도덕의 올바름, 사회의 올바름, 삶의 올바름.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었고, 답이 없는 것에 해답을 내리려 했다. 올바른 삶의 태도는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결국 나는 올바른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은 반마초적인 나에게 있어서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일 뿐이다. 그래서 김 훈 작가를 존경하고, 김성근 감독을 존경한다. 강연이 끝난 후에 사인을 받았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지만, 질문한 것은 '자전거 여행 같은 책을 쓰실 의향이 있으신가요?'라는 바보같은 말이었다. 김 훈 작가는'글쎄..'라며 흘러넘겼다. 사실 묻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경험했던 산티아고 순례길과, 김 훈 작가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소중한 기회는 날아가고, 자전거 여행 첫 장에 작가의 사인만이 남았다.
언제쯤 다시 뵐 수 있을까. 6년만에 만난 나의 영웅은 꼿꼿한 그대로였고, 나 또한 그를 좋아하는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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