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나 야구에는 영웅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만화에서처럼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선수,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수가 있다고 믿었다. 먼 옛날 펠레나 마라도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얼마 전 까지는 나에게도 몇 명의 영웅들이 있었다. 리버풀의 제라드와 올해 급격히 팬이 된 한신의 카네모토가 그 둘.
제라드는 아무리 팀이 X같은 경기력으로 일관해도 마지막까지 축구는 알 수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선수였다. 리버풀 특유의 똥줄타는 축구는 항상 실망스러운 전반으로 일관하다가 후반전에 들어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더니 막판에 경기를 뒤집어놓았고, 그 결과 '오늘도 말리다가 막판에 한 건 하겠구만'이라는 리버풀의 팀컬러를 만들어 내었다. 일부러 만든 건 아닌 게 분명하지만서도, 덕분에 리버풀에게는 '로또'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제라드가 있었다.
일본에 와서 스포츠 중계나 뉴스를 자주 보게 되면서,.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한 지역감정에 의해 한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신의 4번 카네모토는 4월에 경이적인 월간기록을 보여주었다.
【打者賞】 金本 知憲 (阪 神) 4度目
23試合 本塁打8 打点30 打率 .379 (http://www.npb.or.jp/CGI/cl/kiroku_put.cgi?id=00929&type=3)23시합 8홈런 30타점 3할 7푼 9리. 더욱 놀라운 건 그 세부사항이다. 4월 8일 히로시마전에서 3연타석 홈런, 그 다음 시합인 4월 10일 요미우리전에서 또다시 3연타석 홈런을 날린다. 게다가 4월 7일 히로시마전, 30일의 요코하마전에서는 끝내기 안타로 시합을 승리로 이끈다. 가장 경이적인 건 카네모토는 68년생이라는 사실. 우리나라 나이로 43세이다. 덕분에 카네모토에게는 兄貴와 철인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실황 2009에서도 카네모토의 세부사항에는 ケガしにくさ - 부상 당하기 어려움 5가 아닌 그 자리에 철인이라는 특수능력이 붙어있음.)
두 선수 모두 그 팀을 좋아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고, 특히 리버풀은 작년까지만 해도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팀의 실력이 애정을 유지하게 못하게 된 이유가 된 것 같다. 경기를 보지 못하니 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번 시즌에는 8경기 3패라는 우승후보라고는 보기 어려운 성적을 남기면서 점점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존슨 외에는 납득할 수 없는 선수영입과, 결정적으로 제라드의 폭행사건 이후로 제라드에 대한 추앙심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더이상 리버풀을 예전처럼 좋아할 수 없게 됐다. 제라드는 더이상 기적의 캡틴이 아니다. 범죄전과 있는 축구선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신은 카네모토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투수진의 부진과 특히 카네모토의 다음 타석인 5번 아라이가 전반기에 정말 '개먹튀'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성적으로 일관했기 때문에(후반기는 꽤 잘했다) 하위권에서 맴돌다 결국 4위로 시즌을 마감한다. 팀이 막판에는 꽤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2005년 우승 이후 계속 상위권의 성적이었기 때문에 4위라는 결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클라이막스 시리즈도 가지 못하는 한신이라니. 그나마 한신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건 鳥谷나 能見같은 젊은 선수들이 굉장히 잘 해줬다는 것과, 시즌 중 영입한 용병인 브라젤도 성공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일본 최고 마무리 藤川가 아직 건재하다는 점일까. 내년에는 김태균 꼭 영입하기를.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들 흔히 말한다. 리버풀의 수많은 역전승과, 야구에서 종종 보여주는 끝내기 안타나 홈런은 스포츠를 드라마화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웅이 있다. 다음 영웅의 탄생은 누구일까. 나는 후지카와가 선동렬급의 포스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후지카와가 게임에서 모든 투수 중 유일하게 있는 투수의 '위압감'을 현실에서도 실현시키기를 바란다. 내년에는 후지카와가 나의 영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리버풀은...토레스만 믿고 가자. 달리 답이 없다. 토레스 부상 안 당하라고 물 떠놓고 100일 기도라도 해야 되려나.